가장 좋은 형태의 시민운동은
열정적으로 참여한 모든 각자들이
‘본인이 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

주도에서 세월호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는 활동가가 있다기에 4.16시민연구소가 만나보았다.​

4.16시민연구소 Q.회사 일을 하다가 제주도로 이주하며 세월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활동가 이전의 삶에 대해 듣고 싶다.

세월호 활동가 황용운 A. 원래 저희 부모님이 경상남도 분들이라 보수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군대 가기 직전인 2000년 7월. 안치환 콘서트를 기획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공연 제목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안치환 씨가 ‘위안부’ 할머니와 장기수 분들을 공연에 초대하면서 사회문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던 한 일본인 연구자를 만나게 되면서 근현대사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2000년도에 제대하고 나서부터 수요집회에 나가고, ‘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당시 사회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돈을 많이 벌어 기부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졸업 후 공연기획 일을 하기도 했고, 광고기획사에서도 5년 정도 일했다. 광고주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기획사를 그만두고, 희망제작소에서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된 ‘아름다운가게’로 직장을 옮겨 2009년부터 6년간 일하며 에코파티메아리 ‘업사이클’ 파트에서 일을 했다.

Q.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인가?

A. 그렇다. 사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고, ‘제주도’로 내려가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딱 한 달 후인 5월 16일 금요일. 5.18을 맞아 광주에 갔다가 일요일에 올라왔는데,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광화문에서 하고 있었고 경찰에 막혀있다는 글과 영상을 SNS를 통해 보게 되었다.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집에 가지 못하고 일단 광화문에 갔는데, 그날 바로 경찰에 연행되어 버렸다(웃음)

Q. 제주도에 내려가게 된 것은 어떤 계기로 내려가게 된 것인가?

A. 세월호 참사 초기에 ‘잊지 않겠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얘기를 계속했는데 어떻게 하면 잊지 않고 함께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2014년 말. 다니던 ‘아름다운가게’를 퇴사하고 세월호의 목적지였던 제주도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 re:born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Q. 제주도에 기억공간을 여는 과정은 어땠나?

A. 기억공간 re:born은 노란 리본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기억이 개인적 의미로 다시(re) 태어나(born) 행동하는’ 이라는 의미로 명명했고, 조천읍 선흘2리에 ‘바람도서관’과 함께 공존 공간을 마련했다. 1년이 지난 2015년 4월 16일에 시작해서 2017년 6월 30일까지 운영했다. 기억공간을 시작하던 당시.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이셨던 수현 아빠 박종대 씨와 생존자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 씨 등을 모시고 시작했다.

참사 후 그는 희생자들이 도착했어야 했던 제주에 기억공간을 열었다

Q. 당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A. 우선 기억공간은 ‘기억지기’라는 자원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했다. 서명을 받고, 리본을 만들고, 매주 토요일마다 제주시청 앞에서 리본나눔과 피케팅을 했다. 2016년부터는 매달 16일이 있는 토요일에 제주시청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당시에는 그렇게 활동하면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Q. 현재 공간은 다른 곳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나?

A. 사정상 기억공간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마침 5월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됐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와 같이 단식도 했던 사람이라 진상규명을 어느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공간을 다시 급하게 찾기보다는 피케팅 활동을 꾸준히 해가며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조작간첩 피해자인 강광보 선생님이 지으신 ‘수상한집’으로 2019년 8월에 들어가게 되었다.

간첩조작 피해자와 시민들의 힘으로 기적처럼 만들어진 제주 수상한집

Q. ‘수상한집’으로 들어간 이후에 했던 세월호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

A. 제가 제주도에 가자마자 생존자 김동수 씨를 알게 되었고, 제주도에 세월호 생존자가 24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생존자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졌고 생존자와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제생지)를 만들게 됐다. 현재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분들에 대한 인터뷰가 소개되고 있다.

Q. 세월호 참사 관련 공소시효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사실 정권이 바뀌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공소시효 같은 법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가 작년 10월 처음 알게 됐다. 사실 깜짝 놀랐다. 기본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원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막연하게 잘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관련자 처벌을 위한 법적인 방법이 완전히 막혀버린다고 생각하니 충격이 컸다. 작년 10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진행 현황과 공소시효에 대해 듣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도 막연하게 뭔가 잘 진행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을거다. 중요한 기점이었다.

Q. 2014년부터 꾸준하게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현재 힘든 점은 어떤 게 있나?

A. ‘과연 우리는 우리인가’, ‘당사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제주도에서도 제2공항 반대 투쟁을 하면서도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주 얼마나 살았냐”, “이 지역 주민이냐”고 하면서 외지인, 외부세력 취급할 때는 과연 당사자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생겼다. 세월호도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사람이 ‘당사자’라고 생각하는데, 투쟁 활동을 하다 보면 ‘당사자’, ‘우리’라는 말의 진정성과 밀도를 생각하게 되고 질문이 생긴다.

박근혜 정권 때는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라고 했지만, 문재인 정권에서는 ‘감추는 자 뿐 아니라 늦추는 자는 공범이고, 꼼수 쓰는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Q. 현재 세월호 진상규명에 서 정부나 정치권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저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지만, 박주민 의원이 괘씸하다고 생각한다. 유민 아빠와 단식한 사람이 대통령이고, 소위 ‘세월호 변호사’가 국회의원에 여당 최고위원이고 여당 당대표 후보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이렇게 해도 안되면 누가 어느 자리에 가야 관련자 처벌이 되겠나. 가진 권한으로 권위를 보여주고, 그리하여 큰 물고기든 작은 물고기든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범죄를 저지르면 평등, 공정, 정의로운 촘촘한 그물에 걸리는 국가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제주도에서 제2공항 반대 투쟁에도 연대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

A. 원래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 · 활용하는 신공항안, 새로운 공항을 만드는 제2공항안, 정석비행장 활용안 3가지가 있었는데, 나머지 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갑자기 제2공항안으로 TV에서 발표했다. 제2공항 사업 추진 절차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고시, 기본설계, 실시설계, 건설공사 순인데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정부의 은폐나 조작이 있었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용역보고서의 일부를 은폐하기도 했고,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성산을 예정지로 하기 위해 다른 후보지의 평가점수를 낮추려는 조작이 있었다.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는 사전에 장소를 알리지 않고 제주가 아닌 세종시 국토부 건물에서 비공개로 진행했고,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는 성산에서 제2공항 찬성 측만이 모인 가운데서 한 시간도 안 되게 진행했으며, 기본계획 최종보고회는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나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최종보고를 한 것으로 만들었다.​

장차 성산 우도 그쪽이 군 항공기가 비행할 수 있는 군 공역이라, 군사화되고 미군 기지로서 활용될 것이다. 강정에 해군기지, 성산에 공군기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가려지나? 사람들이 국가폭력의 실체를 여실히 느끼고 봤다.​

환경부의 입장으로 보면 제주도 그 자체가 보물섬이고 세계자연유산인데, 거기에 150만 평의 시멘트를 깔아 공항을 짓는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겠나? 당연히 대통령의 의지고 정치적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의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묻고 가려고 하는 것이다. 세월호 문제도 결국 정치적인 의지가 없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정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최근에는 비자림로 훼손에 대한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 어떤가?

A. 비자림로도 결국엔 제2공항과 하나의 이슈다. 비자림로는 제2공항으로 가는 연계도로인데, 2차선 길을 폭 26m짜리 고속도로 길로 만들겠다는 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도로 중간에 9m 폭을 만들어 나무를 심고 생태도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나무를 베고 나무를 심는다. 자연을 훼손해서 친환경 도로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얘기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원희룡은 중앙언론에서는 ‘자연환경을 망치면서 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 ‘주민들 의사에 반해서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부세력이라고 지우려 한다.

Q. 제주도에 또 어떤 현안들이 있나?

A. 영리병원 문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영리병원 문을 열었고,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중국의 부동산 투기자본인 녹지그룹에 영리병원이 가능할 수 있게 허가했다. 그런데 공론화를 통한 제주도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전용으로 조건부 허가하겠다고 했다. 녹지병원은 이후 3개월 내에 개원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되는 상황이었고, 개원을 하지 않아서 개원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제주도 영리병원 문제가 끝난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녹지병원 쪽에서 800억을 들여서 건물을 지었는데, 개원을 못했다고 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을 끼고 개원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이에 대해 제주도 변호인단 몇 명을 꾸려 대응하고 있는데,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보면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해 일부러 소송을 지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일이 되게 하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 소송에서 녹지병원이 승소하면,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이 안 되더라도 향후 인천 송도 같은 국제자유도시에 영리병원이 생길 수 있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뒤에는 삼성이 있고, 삼성이 최근 비대면 진료나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의료보험 같은 공공의료제도를 무력화시켜서 사설보험. 예를 들어 삼성생명에 가입하면 삼성병원에 갈 수 있는 의료를 영리사업으로 보고 아픈 만큼 치료받는 게 아니라 돈이 있는 만큼 치료받는 의료시장을 열려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에 관심 있는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컵에 물이 절반 있는 것을 보고 누구는 반밖에 없다고 하고, 누구는 반이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세월호 진상규명 정도에 대해서는 컵에 물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그 내용들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판을 깔고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서 다 각자 ‘자기가 한 일’이라고 하면 가장 좋은 형태의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시민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서 진상규명 문제를 함께 얘기하고 요구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주어진 권한의 행사 지시를 통해, 진실에서조차 다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를 구해내야 한다.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

제주 촛불. 활동가 황용운 씨

댓글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